1. 성에 대한 바른 지식
글쓴이 : 박경식 올린날 : 2002-12-23 15:07;00
그래도 달려오겠지 하며 기다렸으나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이튿날 아침이 되어서야 전화가 걸려 왔는데, 그가 하는 말인 즉 "너무 바빠 가지 못하니 병원에서 알아서 처리해주고 청구서나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너무나 어이가 없어 내가 왜 이런 나라에서 고생을 하여야 하는 지 일에 한동안 회의에 빠졌다가, 자신은 죽어도 꼭 한국에 가서 죽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다.
하루는 방송에서 "한국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고 하여 달려간 적이 있다.

어떤 한국인 할아버지가 전립선 비대증으로 병원에 입원하여 수술을 받게 되었는데, 그곳의 미국인 의사가 내게 하는 말이 "아! 마침 닥터 박이 한국에서 왔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군. 닥터 박, 미안하지만 이 환자에게 전립선 비대증에 관련해 그의 합병증이나 예후, 수술방법 등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을 해줘요"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환자에게 자세히 설명을 해 주었다.

그 노인은 초라한 옷차림이었는데 마침 수술 승낙서에 사인을 하게 되어 있었다. 그 수술 승낙서에 사인을 해야 할 보호자로 아들이 하나 있었다.
그 노인은 지나가는 말로 그의 아들이 "시카고의 한 병원에 내과의사로 있노라"고 하였다.
그것은 참으로 뜻밖이었다. 명색이 미국에서 의사를 하는 아들을 둔 그의 옷차림새가 이렇게 초라할까 하고 의아스러웠다.
아들이 의사로 있으면 그 병원에 가서 아들이 잘 알고 있는 다른 의사에게 수술을 받도록 해야할 것이 아닌가. 마침 수술 승낙서에 보호자 사인 란이 있어서 아들에게 연락을 해야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필자가 그의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수술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전화를 노인에게 바꾸어 주었다.

그러나 아들은 나타나지 않고 "의사 선생님의 말 잘 듣고 지시대로 하라"는 것이었다.
필자는 크게 실망하였다. 아무리 미국에서 바삐 생활한다고 하여 어떻게 그렇게 와 보지도 않고 전화로만 얘기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한번도 보지 못한 한국인 의사인 필자에게 맡길 수가 있는가 하고 몹시 불쾌했다.

누구든 느끼는 것이지만,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사람은 미국화 되지 않은 한국 사람이고, 가장 미운 사람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한국식이 좋으면 한국인이었다가 미국식이 좋으면 미국인이 되는 사람이다.
필자가 위의 환자를 특히 잊지 못하는 것은, 더욱 기가 막힌 일이 수술실에서 생겼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경요도 절제술을 하기 위해 먼저 방광경 검사를 시행하였다. 방광경을 통해 들여다보니 방광에 결석이 보였다.

결국 미국인 의사들은 환자가 소변을 보지 못한다고 하니까 미국에서 흔히 많은, 우리나라에서도 한참 많이 발생하고 있는 전립선 비대증으로 생각하고 그 수술 준비를 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필자가 환자에게 "방광에 돌이 들어있는 것을 몰랐었느냐"고 물으니, 노인은 "영어를 전혀 할 줄 몰랐으며 가는 병원마다 자신이 소변을 보지 못하니 혹시 돌이 들어있는 게 아니냐"고 누차 물었으나 미국인 의사마다 말이 안 통해 무조건 전립선 비대증이라고 해서 결국 이 병원에까지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돌을 발견하였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다면 그는 있지도 않은 병으로 수술을 할 뻔했으니 말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그곳에서 얼마나 답답한 일이었겠는가. 그의 아들이 아버지의 병에 대해 미국인 의사에게 단 한 번만이라도 전화를 했더라면 결코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면 왜 서구는 부모 자식간에 정이 없을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소위 말해서 유교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으나, 그들은 우리와 여러 가지로 다른 문화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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