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부 백조의 호수
글쓴이 : 박경식 올린날 : 2002-12-20 13:47;43
백조의 호수

춤추는 발레리나를 보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그녀가 비록 얼굴이 예쁘지 않더라도, 주름지고 나이가 들어 보이는 얼굴일 지라도 무대 위에서 하얗고 멋진 발레복을 입고 춤추는 모습을 바라보면 왠지 모르게 그녀가 우아하고 예쁘게 보이면서 알 수 없는 일종의 동경심과 호기심이 자극되어 멋진 사랑을 꿈꾸게 될 것이다. 마치 선녀같이 아름다운 여인으로 여겨질 것이다.
무대 위에서 춤추는 멋진 발레리나에 대한 동경심과 호기심은 나뿐 아니라 일반적인 남성이면 누구나가 갖게 되는 생각일 것이다. 나도 무대 위에서 멋지게 춤추는 그들을 볼 때마다 보통 남성들과 같은 느낌을 갖게된다.

나는 사실 발레 구경을 많이는 했다고 할 수 없지만, 기회가 되면 꼭 관람하였다. 그러나 발레복이 투명해 몸이 비치는 지 안 비치는 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남달리 큰 가슴을 가진 그녀는 나이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어느 날 그녀가 아무 생각 없이 옷을 갈아입는데 왠지 뒤에서 이상한 인기척이 있었다. 그녀를 지도하는 지도교사였다.
"어머! 선생님, 웬일이세요."
그 선생은 다짜고짜로 그녀에게 덤벼들었다.
"선생님, 이러시면 안돼요."
"아니, 딱 한번만이라도 너의 그 벗은 모습을 보고싶다."
"선생님, 그냥 봐도 다 보이잖아요."
"아니, 한 번만……."
"그러시면……."
당신이라면 아름다운 여성의 옷 벗은 모습을 그냥 보기만 할 수 있겠는가?
"비오는 날이었지요. 그냥 그렇게 그 선생님에게 모든 것을 다 맡겼습니다."
비를 주룩주룩 맞으며 그녀는 그냥 밖으로 뛰쳐나갔다. 세상 모든 것이 뒤집어지는 것인지, 뭐가 뭔지 모르게 머리 속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나 자신이 끼가 있는 여자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그 끼가 이렇게 됐습니다. 아니, 내 옷 벗은 모습이 보고 싶다고 해서……. 그냥 옷을 입고 있어도 다 보이는데……."

그녀는 그 길로 그대로 가출을 했다. 주머니에는 돈이 많이 있었다. 왜냐하면 동료 발레리나들이 옷을 맞춰 달라고 부탁한 옷값을 그녀가 마침 다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집에서는 난리가 났고, 선생은 선생대로 안절부절 못했겠죠. 몇 개월 후에 돌아왔습니다. 아무 일 없는 것처럼. 그리고는 그대로 학교를 그만두고 원래 끼대로 살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내 몸 속에 잠복되어 있는 그대로."

그녀는 남자가 없으면 하루도 살아갈 수 없었다.
"그러나 묘하게도 나의 모든 것을 충족시켜 주는 남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가장 오래 살아 본 남자가 채 1년이 안됩니다. 나는 끊임없이 내 몸 속에 잠재된 욕망을 채워야 하는데, 그 어떤 남자도 나를 감당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한 번의 관계에서도 수없이 오르가슴을 느낍니다. 동거를 했던 남자 하나가 오르가슴을 최고로 느낄 때마다 성냥개비를 한 개씩 끊어보라고 해서 그렇게 해보니 무려 17개나 되었습니다. 그 어떤 남자도 나를 만족시키지 못했어요. 모두들 체력 부족으로 도망갔습니다. 생리 전에는 특히 더 그래요. 나 혼자서라도 어떻게 충족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미칠 것만 같아요. 그런 날이면 더욱더 괴로워서 내 나름대로 내 몸을 더듬고 만지며 스스로 오르가슴을 느낍니다. 그럴 땐 더욱 더 소리가 크지요. 주인집 아줌마가 그래요. 왜 문간방 처녀는 꿈을 그렇게 꾸냐고. 꿈이 아니라고 대꾸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어요. 그렇게 해서라도 긴 밤을 지내야 했어요. 반금련은 단지 소설 속의 인물만은 아니었구나 싶었어요. 우리 몸 어딘가에 누구에게나 이 같은 욕망의 불씨를 갖고 있는 것일까요? 저는 마음 한구석 어디에선가 항상 욕망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끼면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사람만이 본능 앞에 체면은 다 벗어 던지고 살아가는 사람일까? 그 사람은 그렇다면 창녀인가? 우리는 누구나 천사와 악녀 같은, 천사와 창녀 같은 기질을 갖고 있다. 끝없이 남들을 유혹하고 싶은 창녀 기질과, 한 남자에게 곱고 깨끗한 한 평생을 주고 싶은 욕망을 함께 지니고 살지만 그 그림이 어떤 형태로 나타나고 어떤 형태로 변질되고 어떤 형태로 조각되는 가는 그 사람이 태어나서 자라온 환경, 경험, 지식, 그리고 도덕적, 인격적인 모양 등에 의해서 좌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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