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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려서 매우 똑똑하고 영리했으나 먹는 데는 유별나게 욕심이 많았다. 이것은 어머니에 대한 애정결핍의 반동으로 해석된다. 연산군의 광진병, 껄떡병은 심각할 정도였다. 방에 있는 광주리에 담긴 실 꾸러미를 먹다가 목구멍에 걸려 질식하여 혼이 난 일조차 있었다.
13세 되던 해 결혼을 하게 되는데, 연산군은 신경질적이고 고집스러운데다가 자기 뜻에 맞지 않으면 타협할 줄 모르는 성격으로 변해갔다. 이런 포악성은 어렸을 때부터 형성된 어머니에 대한 사랑의 굶주림으로 풀이된다.
어느 날 훈련원에 구경갔다가 돌아와 임금에게 말하기를, 훈련원의 말들은 암말, 수말, 어미 말, 새끼 말들이 많았는데 새끼 말들이 어미 말을 찾고 어미 말이 새끼를 둘러 정답게 돌아가는 것을 보니 참 부러웠다고 말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성종은 영리하고 사람은 물론 말 따위의 동물도 잘 다루었다. 그 중 사슴 한 마리를 매우 귀여워하고 사랑하여 옆에 두고 길렀는데, 누가 오면 달려가 혓바닥으로 핥기도 하는 등 애교를 부렸다. 그 사슴은 대부분 사람들의 귀여움을 차지했다.
어느 날 왕세자가 왕을 뵈러 가는 길이었다. 사슴이 마중 나가 왕세자의 옷을 핥으면서 반가움을 표시했는데, 왕세자는 그 사슴을 발길로 걷어차 10자 이상이나 되는 뜰 아래로 굴러 떨어뜨려 버렸다.
이 때 성종은 왕세자의 거친 행동이 못마땅해 크게 꾸짖으면서 그 짐승이 무슨 죄가 있단 말이냐, 짐승도 사람을 믿고 사람을 위해 사는데 그렇게 천대해서 되겠느냐, 사람이란 짐승에게도 덕을 입혀주어야 하는 법인데 발길로 찰 수 있느냐, 짐승을 천대하는 버릇이 지나치면 사람도 천대할 것이 아니냐, 하고 호통을 쳤다. 이 때 왕세자는 아무 말도 못했지만 후에 임금에 오르자마자 제일 먼저 자기 활로 그 사슴을 쏴 죽였다고 한다.
또한 왕세자는 장난이 심하고 공부에는 취미를 갖지 못했는데, 그를 가르치는 스승 중 한 분은 공부를 안 하고 장난이 심할 때마다 항상 법도로 가르쳤다. 그 스승은 연산군 제위 후에 곧바로 혹형을 받았으며, 가산 역시 전부 몰수당했다.
그러나 연산군은 학문에는 비상한 머리를 갖고 있어 한번 들으면 절대 잊지 않는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연산군의 유소년 시절에 모성에 굶주린 콤플렉스가 상당히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즉, 천륜적인 어머니의 사랑에 대한 욕구불만에서 나오는 심적 외상이 폭군 연산군을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싶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모성애 충적으로 승화되지 못하고 억압되어 개인의 무의식이 형성된 것이다.
윤비가 폐비로서 추방되어 친정에 가 있을 때가 가장 애정을 갈구하던 시기였다. 또한 비상한 머리를 가진 연산군이 공부에는 뜻을 갖지 못하고 장난만 좋아했던 것 역시 생모적 무의식 충동이 사랑으로 풀리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산군의 유년 시절의 장래성은 승화되지 못한 채 이러한 콤플렉스만 축적되고 말았던 것이다.
위의 고정으로 보아 연산군의 비정상적인 행태에는 모성결핍이 다분히 영향을 주었던 게 사실인 듯하다. 일부러 발길로 사슴의 배를 차서 굴러 떨어뜨린 일이나, 어렸을 때 매우 똑똑하고 영리했음에도 폭식·대식을 했던 점, 간질병을 갖고 있었다는 점, 공부보다는 놀기에만 급급했던 점 등의 모성애 욕구불만이 모든 여성에 대한 복수로 변형된 것이라 생각된다. 여기에 공격성과 잔학성, 성적 변태성이 심층에 자리잡은 것으로 분석되며, 미움과 공격으로 번지면서 사디즘으로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어머니의 사랑을 충족하지 못한 욕구불만에서 나오는 콤플렉스와, 이와 같은 교만과 방종의 무의식화가 잔악한 정치행각으로 변질되어 연산군은 우리 역사상 가장 폭군으로 기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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