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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우리 나라에서는 이른바 '사랑의 엔돌핀'이 한창 유행했었다. 실제로 웃거나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살며 사랑을 하게 되면 엔돌핀이 분비된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 됐다.
과거 우리가 갖고 있었던 회춘법 가운데 하나가 소녀 회춘법(小女回春法)이다. 양반이 나이가 들어 벼슬을 버리고 고향에 돌아와 쉬고 있노라면 그의 자식들은 열 살이 갓 넘은 소녀를 아버지의 품에 안겨 주었다. 너무 나이가 들면 성을 알아 자기 아버지가 피곤할까 싶어 어린 소녀를 택했던 것이다. 그러면 성교 여부에 관계없이 소녀의 젖비린내 나는 체취를 맡으며 그녀의 젊음이 자기 아버지에게 온다고 믿었다. 그러나 어쩌랴, 그것이 사실인 것을.
우리가 사랑을 하면 뇌하수체에서 호르몬의 분비를 자극하여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나온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사랑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게 좋다고 했는 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감사하며 살아가는 성직자의 얼굴은 항상 피어있고 나이보다 젊어보이는 게 아니겠는가?
내가 알고 있는 가장 고귀한 소녀 회춘법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이성계가 그의 아들 방원이 미워 함경도에 가 있을 때, 하루는 동네 사람들이 가장 참한 색시를 간택하여 이성계에게 보냈다. 이성계는 그 소녀를 보는 순간, 과거 원기왕성하여 무예를 닦는답시고 이 산 저 산 다니면서 턱없는 약속으로 품에 안고 기약도 없이 떠났던 그 옛날을 회상하게 된다. 그는 그 소녀의 얼굴에서 과거 자기의 여인을 떠올린 것이다.
결국 그는 죄의식에 사로잡혀 그 소녀에게 손을 댈 수가 없었다. 가까스로 나이와 이름을 물어본 뒤에 "좋은 사람 만나 시집 잘 가라"하며 소녀를 돌려보낸다.
그런 이성계는 이른 새벽, 밖의 소란에 눈을 뜨게 된다. 그 소녀의 오빠가 '집안 망신시켰다'며 그녀를 죽인 것이다. 이성계는 새삼 인생의 덧없음과 그만한 일에 감상에 젖어있는 자신을 돌아보며 너무 늙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인간의 목숨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한다. 이 소녀의 죽음이 이성계의 마음에 변화를 일으켜 이른바 '함흥차사'가 비로소 끝나게 되었다.
궁합이란 과연 무엇일까? 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궁합이니 풍수지리니 하는 것을 매우 우습게 생각했었다. 자식들이 그토록 조상의 묏자리를 잘 살폈는데도 우리 나가 이 모양 이 꼴이고, 궁합보지 않고 결혼한 사람이 없을 텐데 다들 그렇게 잘살았으니 이를 어찌 믿을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나는 이 엉터리 점쟁이들의 꼴이 보기 싫어 그들의 일거리를 줄여주기로 작심하고, 결혼할 때 사주팔자는커녕 궁합도 보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내 아이들의 이름도 돌림자를 버리고 가능하면 한글로 짓겠노라고 생각했었다. 순우리말 이름에 대해서는 그들이 알 턱이 없을 테니 이름을 봐준답시고 내 돈 빼앗아가는 일은 없을 테니 싶었다.
게다가 나는 밀양 박씨라는 게 무슨 상관이냐 싶어 누가 본관을 물어 오면 불경스럽게도 "글세, 우리 아버님까지는 밀양 박씨."라고 말했는가 하면, 무슨 파냐고 물으면 나는 잘 모르니 형에게 물어보라고 대답했었다.
그러나 나는 어느 날 오랫동안 정원사로 일하시던 분으로부터 식물에도 궁합이 있노라는 말씀을 들었다. 그리고 내가 전에 코방귀를 뀌며 읽었던 임응승 신부님의 <수맥과 풍수>와, 동양철학을 전공한 김용옥 교수의 <여자란 무엇인가>를 떠올리며 그 분의 말씀을 경청했다.
그 분이 하시는 말씀의 요지는, 제아무리 좋은 나무일지라도 같이 키우면 서로 시들시들하다가 죽는 게 있는가 하면, 아무리 볼품없는 나무라도 같이 키우면 왕성하게 자라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내가 원체 그 방면에 아는 바가 없이 생소하여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백합과 장미를 한 데 놓으면 향기가 죽어버리고, 난과 장미를 같이 놓으면 독특한 향기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특히 약간 취기에 젖어 맡으면 그 향기를 더욱 잘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향수는 '향+알코올'이 아니던가. 그러면 사람이 술을 마시고 향기를 맡으면 더 잘 느낄 수 있다는 것은 결국 향수의 원리가 아닌가 말이다.
식물의 궁합조차 묘해서, 콩을 재배한 땅에는 질소가 많아져 배추를 심어 주어야 서로 농사가 잘된다고 하거니와, 과연 인간에게 궁합이란 있는 것일까?
나는 지금까지 수원인가에 계시는 신부님의 <수맥과 풍수>를 읽고 반신반의했었다.
그 분의 말인 즉, "국방부와 감사원의 위치가 잘못되었으며, 독립기념관의 위치가 잘되었다."고 했는데, 그 독립기념관이 문을 열기도 전에 말썽을 일으키자 나는 그러면 그렇지,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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