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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슈퍼마켓에 가보라. 미국 과일들은 큼직큼직한 데다 색깔도 아름답고 얼마나 탐스러운가. 그러나 맛을 보면 푸석푸석한 데다 단맛도 적어 마치 중호박 먹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반면에 한국 과일은 어떠한가? 비록 볼품없고 촌티마저 벗을 수 없지만, 맛 하나는 기가 막히지 않은가? 이것은 향수 때문만이 아니다. 한국 과일이 더 맛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을 그들의 성기에서도 발견했다. 직업의식은 무서운 것이다. 나는 습관적으로 환자의 얼굴은 잘 쳐다보지 않는다. 그래서 환자의 얼굴은 기억하지 못해도 누워있는 환자의 부위를 보고서는 내가 진료한 적이 있는가 없는가를 가려낸다. 다 똑같은 것 같지만 이 또한 사람의 얼굴처럼 모두 다르다.
만약 얼굴만큼 그들의 모든 것이 좋다면, 미안하지만 한국 여자와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을 재미동포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은 한국인을 찾는다. 왜 그럴까?
미국여성과 성관계를 많이 가져 본 동양남자는 자존심 상한다고 말하고, 동양인과 많은 성관계를 가져 본 백인 여성은 동양인이 싫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고유의 종족을 그대로 보전하려는 신의 뜻인 것이다. 그 종족은 그 종족에 맞게 모든 것이 다 갖춰져 있다.
그리고 만약 신종 개량을 시도한다 해도 오랜 세월 동안 서서히 적응하며 일어날 수 있도록 인간의 수태능력을 만들어 놓지 않았는가?
한편, 남에게 버림받은 사람이 다른 사람하고 잘 사는 것을 보라(가까운 예로, 레이건 전대통령의 부인 낸시여사를 들 수 있을까?).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고, 또 그들 나름대로의 노력도 있을 것이다. 나는 모든 것을 결코 성적으로만 해석하고 싶지는 않다.
분명 황진이가 기생이면서도 유명했던 것은 뛰어난 미모 이외에도 스스로의 품위와 자태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초 우거진 골에 자는다 누었는다. 홍안을 어디 두고 백골만 묻혔는다. 잔 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설워하노라."
벼슬길을 떠나면서 황진이의 묘 앞에서 위와 같이 그녀의 죽음을 슬퍼한 임제의 시조가 말썽이 되어 관직을 박탈당했으니, 이 또한 한국판 '죽은 제갈공명이 산 사마의를 이긴' 격이 아닌가? 그러면 두 사람의 궁합은 과연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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