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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농사 지어 정력제 사 먹이다니.
글쓴이 : 박경식 올린날 : 2002-12-23 17:54;46
요리 강습에 가 보면, 진짜 들어야 할 요리법 강의시간에는 꾸벅꾸벅 졸다가도 강사가 "자, 마지막으로, 이것은 그이에게 힘이 나도록 하는 것입니다." 하면 그 때부터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그리고 그 음식 재료들을 사기에 바쁘다고 한다. 또, 그것을 잘해야 명강사라던가?

언젠가 명동에 갔더니 '정력제 팝콘'이라는 글 아래 팝콘을 팔고 있었다. 일찍이 번데기가 정력제라고 써 놓은 것은 봤어도 팝콘에 그리 많은 영양이 있는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다. 그냥 지나칠까, 아니면 경제기획원 공정거래실에 과대 광고로 고발할까 고민했다. 그러나 정력제가 따로 있나. 아무 거나 먹고 힘만 나면 그것이 정력제지, 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많이 먹으면 도리어 해가 될 수 있다(뽀빠이의 정력제인 시금치는 많이 먹으면 요로 결석의 주원인이 된다). 극약인 비산으로도 병을 고친 것은 송시열 선생이나 공자의 일화에서도 볼 수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인간이 사는 동안 좀더 젊음을 구가하고 청춘을 즐기며 사는 비결은 없는가?
이 물음에 나는 감히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고, 더더구나 현재 우리가 선호하는 뱀이나 웅담, 녹용 등은 더더구나 아니라고 잘라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뱀이 그리도 효과가 있다면 그것이 많은 열대지방 흑인은 왜 일찍 죽으며, 곰이나 사슴이 많은 한 대지방 사람은 왜 일찍 죽는가?

뱀 장수들은 백사를 비싸게 팔아먹기 위해 뱀이 산삼을 먹고 변해 백사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특히 약효가 좋다는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뱀이 산삼을 먹고 변한 것을 본 사람이 있는가? 의학적으로 내가 보기에는 이것은 100% 돌연변이이다. 쉽게 말해 공해에 찌들어 지느러미가 없어진 물고기와 하등 다를 바가 없다. 만약 뱀 장수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이라도 뱀에 산삼을 먹여 백사를 만들면 떼돈을 벌 것이 아닌가? 왜 그렇게 양산(量産)하지 않는가? 누가 나에게 백사 암수 두 마리를 사준다면 그것들을 교미시켜 새끼가 어떻게 나오는 지 실험으로 증명해 보이겠다.

6·25 때 군장성 부인들 사이에는 미군 피를 수혈 받는 것이 유행이었다. 그들은 그것이 그들의 특권인 양 생각했고, 한겨울에도 미군의 피를 수혈 받으면 몸이 후끈후끈하고 춥지 않다며 정력에 좋다고만 알았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의학은 전쟁 때마다 크게 발전한다. 바로 6·25 때 확립된 개념이 수혈이고, 월남전 때 확립된 개념이 이식수술이다. 수혈 후 몸에 열이 나는 것은 정력이 좋아진 것이 아니라 일종의 거부반응으로, 수혈의 부작용인 것이다. 수혈은 안 할 수만 있다면 안 하는 게 좋다는 지금의 의학 상식으로 본다면 눈앞이 아찔한 위험천만한 짓들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코피가 나면 피를 마셔야 된다고들 했다. 그러나 지금은 설사 자기 피라 해도 먹으면 해롭다는 사실은 의대생 정도만 되어도 다 안다.

따라서 사슴피 역시 몸에 좋다고 마시는 행동은 위 경우들의 부작용과 연관시켜 본다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그래서 사슴피를 먹은 후 복통을 일으키며 응급실로 가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사람이나 소의 태반을 먹는 행위 등은 이해가 된다. 하나의 생명체 속에 간직되어 있을 그 누구도 모르는 힘이 자기에게 올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아프리카 토인이 사자를 잡아서 그 심장을 먹으면 자기가 그 사자처럼 용맹해질 것이라고 믿는, 가장 유치하고도 저질적인 사고방식인 것이다. 백보 양보하여 이를 좋게 봐줘야 일종의 호르몬 요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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