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jpg

 

   

무기여 잘있거라
글쓴이 : 박경식 올린날 : 2002-12-23 17:53;29
그러나 그는 뜻밖에도 나에게 간과 심장이 나쁘다고 했다. 내가 의사라는 신분을 밝히고 건강진단 결과를 말하자 그는 대뜸 한방에서 혈이 막히는 것은 검사 상에 안 나오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한방에 대해 모르는 나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사람의 시술 장면을 보면서 나는 이것은 '대단한 마술'이라고 느꼈다. 자기 자신은 하나님의 기적으로 은혜를 입었다고 주장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사기 같았다. 왜냐하면 시술 바로 전에 성모 마리아 상부터 부처님상, 예수님상, 일본 종료의 여인상 등을 보여주며 아무 것에나 절을 하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 사람은 한 환자에게 두 번씩, 매일 아침저녁으로 네 차례씩 시술을 했다. 함께 갔던 일행 중 하나는 자궁암으로 우리 나라에서 배를 열었다가 치료를 포기하고 그냥 닫아버린 환자였는데, 그 환자의 몸에서 끊임없이 조직을 떼어내는 것이었다.

우리 몸 속에 아무리 조직이 많다고 하더라도 아침저녁 하루 네 번씩 그걸 꺼낸다면 과연 몸 속에 무엇이 남아있겠는가. 환자 중에는 1, 2년씩 머물고 있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렇다면 몸 속이 텅 비어 버릴 것만 같았다. 또 하나 뇌암 환자가 있었는데 그가 꺼낸 뇌의 조직은 내가 알고 있는 뇌의 조직이 아니었다.

그는 하루 치료비로 환자에게는 2백 달러, 보호자에게는 3십 달러씩 받고 있었다. 필리핀에서 2백 달러란 엄청난 동이었다. 당시 그곳에서는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의 한 달 평균임금이 우리 돈으로 겨우 몇 만원이었다. 그런데 성경에는 뭐라고 쓰여있는가.
자기가 무료로 받은 건 무료로 주라고 되어 있지 않은가.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에서는 벤츠 자가용이 잡히지 않았지만, 그 사람은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벤츠 자가용을 몰고 호화 별장에서 살고 있었다. 물론 목회자라고 가난하게 살라는 법은 없지만, 신의 은혜를 받은 사람으로서 선뜻 납득이 안 가는 여러 문제들이 있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슬로 비디오로 재현된 장면에서 그의 사기치는 모습이 생생하게 잡혔지만, 어쨌든 손놀림 하나만은 지독하게 빠르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당시 나도 궁금해했던 것은 웬일인지 왼손 둘째, 셋째 손가락은 반드시 펴지를 않는다는 것이었다. 뭔가 항상 감추고 있는 느낌이었다. 결국 그 사람은 그 속에 뭔가를 숨겼다가 계속 환자의 몸 속에서 꺼내는 시늉을 한 것이었다.

어찌됐든 신비하게 보였던 그 모든 행동이 결국 사기였다니 씁쓸한 감정을 버릴 수가 없으나, 지금까지는 비뇨기과에서 가장 골치 아픈 병 중의 하나가 되어 있는 전립선염 치료에 진짜로 이런 기적을 행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가끔 가져본다.


▲ 다음글 : 인삼농사 지어 정력제 사 먹이다니.
▼ 이전글 : 인삼농사 지어 정력제 사 먹이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