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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생각에는 자기가 대단한 외식을 즐겼다고 생각되겠지만, 최소한 그 순간 자기 자신의 신분과 위치를 망각한 한심한 작태가 아닌가. 이것은 집안 망신, 국가 망신 다 시킨 부끄럽기 짝이 없는 추태인 것이다. 그 당시 미국의 한 매스컴이 한국은 성의 천국으로, 성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세계에서도 몇 안되는 곳 중 하나라고 소개해 국민들의 분개를 산 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의 잘못일 뿐이다.
중동 지방에 가 보라. 그곳에서는 고유의상을 입은 여자와 섹스를 하면 서로 좋아서건 아니건 불문하고 사형에 처해진다. 그런 곳에서 어찌 감히 그곳 여성과의 섹스를 꿈이나 꿀 수 있겠는가(물론 그곳에도 별도로 매춘부는 있다).
우리는 거래에 앞서 꼭 술집 가서 술먹고 호텔 방에 여자까지 넣어주는 악습이 있다. 일본이나 대만도 그렇게는 대접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스포츠나 관광 같은 보다 건전한 방법으로 고객을 대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외국에서도 손님 대접할 때 식사나 술대접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옆좌석에 그 회사에 고용된 예쁜 아가씨를 말상대로 넣어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냥 예쁜 얼굴로 웃어만 준다. 그들은 단지 그 순간만의 직업상 업무에 충실한 사람일뿐인 것이다.
내가 맨 처음 미국에 갔을 때 가장 혼란스러웠던 것은 그들의 미소였다. 우리는 잘 아는 사람끼리만 미소나 인사를 주고받는데, 그들은 모르는 사람에게도 "하이, 하이!"하고 웃으며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혹시 저 사람이 날 아나, 저 여자가 내게 마음이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건 아니다. 그들은 서로 마주치면 누구에게나 인사를 하고 미소를 보내는 것이다. 그것을 오해하면 안 된다.
미국으로 간 모 대학 교수 부인이 한국으로 돌아올 때까지 거의 바깥 출입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슈퍼마켓에 장 보러 가는 것 조차 남편을 시켰다. 드디어 미국을 떠나던 날, 남편이 부인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부인은 수줍게 대답했다. 밖에만 나가면 미국 남자들이 자기를 유혹한다고. 이런 에피소드는 모두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서 생긴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런 얘기도 있다. 어느 날 양가집 규수가 여자 하인을 데리고 나들이를 갔다. 그런데 어느 남자가 지나가며 "야, 그 색시 한번 예쁘게 생겼다."고 말했다. 그 소리에 기분이 좋아진 규수가 다시 한번 그 소리가 듣고 싶어서 하인에게 넌지시 "얘, 금방 그 남자가 뭐라고 했니?" 하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하인이 수줍게 말했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저보고 한 소리예요."
이처럼 우리는 상대방의 의도를 잘못 받아들이는 착오를 자주 범할 수 있다.
나는 미국에서 스페인 의사와 함께 연구를 한 적이 있다. 논문이 끝난 후 그는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는데, 환송파티를 하는 자리에서 그 의사부인이 나에게 한국식 인사방법을 물어왔다. 내가 허리를 굽혀 절을 하자 자기는 스페인 식으로 하겠다며 나의 양쪽 뺨에 입을 맞추었다. 이것을 엉뚱하게 우리 식으로 받아들였다면 나는 '사건'을 일으켰을 지도 모르겠다.
각 나라의 문화적 풍토는 서로 다르다. 우리 문화에 비추어 그들의 관습을 이해하려 한다면 큰 오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에 대한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서구 문화에 대한 무조건적인 수용 내지 사대주의적인 태도는 마땅히 지양되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 문화 창조의 주체자로서 사명감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 성문화도 예외일 수는 없다. 우리의 성문화가 건전해지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의 자연스런 성교육이 필요하다. 성을 은밀하고 부끄러운 것으로만 여기기보다는 성이란 즐거운 것이며 동시에 신성한 것이라는 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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