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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몸 컨디션이 나쁜 날 만난 사람은 "뭐 이런 게 다 있어."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역시 소문대로 대단하군." 할 수도 있다. 이거야말로 서울 안 가본 사람이 가 본 사람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하는 식이다.
지금 생각하면 <소녀경> 같은 터무니없는 얘기가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에게 금과옥조처럼 읽혔던 것은 그에 대해 집대성한 책이 없었고, 너무나 방대한 양의 글을 실었기 때문에 그 중 일부만 맞아도 믿기 쉬웠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간혹 일주일에 20대는 몇 번, 30대는 몇 번, 40대는 몇 번이라는 등의 글을 실은 책이 있다. 그런가 하면, 코 큰 사람이 뭐가 길다든지, 입 큰 사람이 어디가 크다든지 하는 등의 얘기를 한다. 살갗이 가무잡잡하면 정력이 세다든지, 보조개가 들어가면 여자의 어디가 어떻다는 등의 말들도 한다. 요즘은 성형수술을 한 가짜 보조개도 많이 있기 때문에, 그것도 비교해 보기 힘든 세상이 되었지만.
살결도 가무잡잡하고 코도 큰 모 가수와 자고 난 어떤 여자가 "대단한 정력가이기는커녕 발기조차 되지 않는 성불구자인 줄은 몰랐다."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하룻밤 가지고는 모든 것을 평가할 수 없다. 그러나 그녀의 경우 가능한 말이었음이 분명하다.
자기 아내와는 아무 문제도 없건만 다른 여자와는 일이 잘 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것은 마음 속에 깔린 죄의식과 불안 때문이다. 혹 이 여자가 임신을 하지는 않을까, 혹 이 처녀가 결혼하자고 졸라대지는 않을까, 아내가 알게 되면 어떻게 하나, 이 여자와 관계를 가져도 아무 탈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등의 죄의식과 불안으로 평상시의 실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것이다. 한번 실패하면 재시도한다고 해도 거의 다시 실패하기 마련이다. 그러한 심리적 압박과 강박감이 깔린다면 파트너를 바꾸어도 마찬가지인 경우가 많다.
반면, 자기 아내와는 잘 되지 않으면서 다른 여자와는 잘 되는 경우가 있다. 자기 아내에 대한 혐오감이나 거부감이 짙게 깔려있는 사람의 경우가 그렇다. 불결하게 느낀다거나, 아내가 다른 사람과 성관계를 갖지 않았나하는 의심을 하면 더욱 이 같은 현상이 짙어진다. 남녀 관계야 말로 어떤 수학공식으로도 풀 수 없는 인류 최대의 불가사의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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