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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어디로 가세요?"
"역 앞에 가지."
은근히 장난기가 발동하였다.
"그래요? 할아버지, 그 곳에 가면 얼마쯤 받아요?"
"글세, 보통 5천원 씩 하는데, 어떤 날은 3천원도 받고 4천원도 받고."
아니 3, 4천 원이라니. 요새 점심 값 한 그릇에 얼만데. 점심 값도 안되는 돈에 그것도 해주나? 아하, 경로우대증이 여기서도 통하는 모양이로구나…….
대전역 앞은 중동 10번지라는 곳으로, 서울의 588, 미아리, 천호동, 그리고 부산의 만월동, 인천의 옐로 하우스, 대구의 자갈마당, 광주의 황금동, 전주의 뚝너머와 더불어 한국의 10대 관광명소이다.
10번지, 10번지 하는데 그곳이 창녀촌이라는 것은 막연하게나마 알고 있었지만, 어딘지는 정확히 몰랐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로 내가 다니던 학원에서 5미터도 안 떨어진 곳에 중동 10번지라는 번지수가 붙어있는 건물을 발견했다. 열려 잇는 문 안쪽으로 많은 여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마침 저녁 식사 중이었다. 조그만 방마다 여자들이 있는, 바로 그 곳이 유명한 중동 10번지였다.
20여 년이 흐른 후 다시 대전에 살게 되었을 때, 옛날의 기억을 더듬어 그 곳을 찾으러 가 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보아도 여기가 거기 같고 거기가 여기 같을 뿐 옛날의 학원도, 그 건물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남에게 대 놓고 중동 10번지가 어디냐고 물어보기도 참 어려웠다.
사실 일부러 그곳을 찾아갔던 이유가 있었다. 중학교 다닐 때, 함께 학원을 다니던 한밭여중 여학생 생각이 나서였다. 뽀얗고 예쁜 얼굴에 눈 밑에 몇 개의 주근깨가 특히 인상적인 여학생이었다. 그 여학생은 그 근처에 살았다. 기억에 의하면 부모가 아마 여관을 했던 것 같다. 나는 그 여학생을 좋아했다. 그 여학생도 나에게 상당히 호감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우린 서로 용기가 없었기 때문에 눈빛으로만 서로의 마음을 읽으면서 지냈었다.
그 할아버지 말씀을 듣고 보니 갑자기 중동 10번지와 그 여학생 생각이 났다. 그 여학생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지금도 거기에 살까? 하도 오랜 세월이 흘러 스쳐 지나면서도 미처 깨닫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얼굴이 변해서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찾으려 해도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중동 10번지는 나에게 있어 신기루와도 같은 존재였다.
또 다른 예이다. 상당히 지능지수가 낮아 보이는 신혼부부가 날 찾아왔다. 결혼을 했는데 발기가 안 되어 아직 한 번도 관계를 갖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은 글을 전혀 읽지 못해서 설문지를 작성하게 할 수가 없었다. 단지 면담을 통해 몇 가지 알아낼 수 있을 뿐이었다.
글을 모르긴 그의 신부도 마찬가지였다. 그녀 역시 생글생글 웃고만 있을 뿐, 도대체 면담조차도 진전이 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남자는 농약을 먹은 다음부터 그렇게 되었다고 자기 입으로 자랑스럽게 말하였다. 그리고는 우리 신부는 머리가 모자라서 얘기가 안 통해요, 하면서 특유의 바보스런 웃음을 지었다.
며칠 간 이런저런 검사를 해본 결과, 이건 성적 무지에서 오는 것이었을 뿐 이 사람에게 성적으로 이상이 있는 건 결코 아니었다. 신부 역시 성에 대해서는 백지였다.
이런 경우 한번 자신 있는 부부관계를 가지면, 즉 성에 대한 지식이 주어진 후에 한번만 제대로 부부관계를 갖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자신이 생겨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인위적으로 발기시키는 주사를 놓아주었다. 그리고 근처의 여관을 구해주고, 그곳에 신방 아닌 신방을 차리게 했다. 나는 두 사람이 오랫동안 좋은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뜻밖의 일이 생겼다. 불로 10분도 안 되어 부부가 다시 나타났던 것이다. 왜 그러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이 신랑 얘기가 신부의 그것이 너무 작아서 안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선생님, 신부가 이상이 있나봐요. 선생님, 아가씨가 이상이 있나 봐요. 아가씨의 그것이 너무 작아서 안 돼요."
웃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혼자 고민을 했다. 사랑의 행위에는 분위기도 상당히 중요하다. 그러니 낮에, 그것도 시끄러운 내 진료실 안에 신방을 차려 줄 수도 없는 일 아닌가. 그렇다고 내가 그 여관에까지 쫓아가서 신랑, 신부를 직접 지도할 수도 없는 거고, 잘못하다간 이상한 소문이 날 수도 있고, 여관 주인이 이상한 증언을 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내 병원 입원실에 신방을 꾸며 주기도 곤란했다. 참으로 난처한 상황이었다.
할 수 없이 그 다음날 다시 여관방을 구해준 후, 신랑과 신부의 어머니를 오게 했다. 그리고는 다시 인위적으로 발기시켜 주는 주사를 놔 준 다음 양가 부모의 협조 하에 무사히 일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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