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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시 터키탕을 찾았다. 하지만 그 아가씨는 다른 손님을 이미 맡고 있어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었는데, 그 역시 상당히 불만족스러웠을 뿐 아니라 도리어 아가씨로부터 젊은 사람이 왜 그 모양이냐고 핀잔만 듣고 말았다.
좀 기다려서라도 그 사람을 만나지 그랬냐고 하면서, 나는 본인이 원하는 대로 다시 주사를 놔 줬다. 주사를 맞은 후에 이 남자는 성공적인 관계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것이 주사의 힘일 뿐 결코 본인의 힘이 아니라고 생각해 다소 자신감을 상실한 상태였다. 비록 상대 아가씨는 아저씨 같은 사람만 있으면 좋겠다고. 아저씨야말로 특이한 사람이라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이 사람의 심리를 놓치고 말았다. 이처럼 약간의 자신감을 잃었을 때 주사를 투여해서라도 더욱더 자신감을 갖도록 했어야 했는데, 다음에 그에게서 전화가 왔을 때 더 이상 주사에 의존하지 말고 자신감을 갖고 그 아가씨를 찾아서 시도해 보라고만 했다.
그러나 자신감을 잃은 그는 아주 형편없게 되었고, 상대방 여자도 상당히 실망했다. 그는 술을 먹고 가서 그런가보다며 자위하기도 했으나, 점점 사그라드는 자신감을 다시 회복시킬 수는 없었다.
이 사람은 결국 주사에 의존하지 않고는 어떤 정상적인 관계도 맺지 못하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그러다가 이 상태로는 도저히 안되겠다 싶었는지, 음경해면체내 보형물 삽입 수술을 받기를 원하였다. 나는 심리불안인 그 환자에게 수백만 원의 수술비를 들여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되어 다시 생각해 보라고 권했다. 젊은 사람이기 때문에 더더구나 권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 환자는 결국 다른 병원에 가서 그 수술을 했다. 결국 그는 자기가 원하던 완전하고 확실한 발기는 가능하게 되었지만, 강박증이나 공포 심리는 완전히 떨쳐 버리지 못했다.
지난 번 책에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독신자 치료에서 소위 섹스대리인에 의한 치료는 현재 상당 부분 부정되고 있다. 에이즈라는 치명적인 병 때문이다. 때문에 옛날의 낭만은 사라지고 말았다. 몸소 환자에게 미숙한 성적 지식을 가르쳐 주어 성적 극치감과 자신감을 불러일으켜 주는, 그리고 성적 극치감을 얻는 것이 죄악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서 또는 성적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는다는 면에서 알게 모르게 보편화되었던 섹스 대리인은 현재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섹스 대리인이라는 치료가 불가피할 경우가 있다. 환자가 기혼자거나 애인이 있다면 경우가 달라진다. 그러나 애인 앞에서 자신의 성적인 문제를 털어놓기 곤란할 대, 혹은 성적 불안감을 해소하고 결혼에 돌입하려 할 때, 또는 자기의 성 치료에 도움을 줄 사람이 전혀 없을 때는 상당히 난감하고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경우, 자신의 병을 솔직히 얘기하고 이해를 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해 각종 질병 검사 후 시도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하고, 환자에게 자의적으로 선택할 기회를 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환자 자신은 에이즈라는 치명적인 병을 얻을 수도 있고, 그 사람이 적극적인 협조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런 부류의 여성을 선택하여 치료를 택하는 경우, 치료를 담당한 의사로서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갖게 된다. 이미 언급한 금산의 28살 먹은 청년의 경우도 이러한 예였다.
일반적으로 성욕의 항진이라는 것은 남성의 경우는 돈환니즘(Donjuanism), 여자의 경우는 음난증, 혹은 색정증, 님포매니아(Nymphomania)를 일컫는다. 이것은 사실 성에 집착하기 때문에 하루에 10회 이상의 자체위안도 한다. 그러나 이들은 성에 대한 과도한 욕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어떤 불안이나 긴장 때문에 성행위를 함으로써 그 불안을 물리치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불안감을 가졌을 때 반대 이미지를 키워서 정신적인 안정을 찾는 것처럼, 이들은 성행위를 함으로써 이런 긴장을 완화시키려 하는 강박행동 등으로 해석하면 좋을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엄청난 자위행위를 함으로써 정상적인 일상 생활까지도 침해를 받지만, 실제로 배우자와는 부부관계를 제대로 갖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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