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jpg

 

   

성적 매력이 없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다.
글쓴이 : 박경식 올린날 : 2002-12-23 18:35;21
그런데 사실 나는 다른 사람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렇다 해도 둘 다 사랑하면 될 것은, 어리석게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이상하게 될까 봐 튕기다가 결국 두 사람 다 놓치는 비운을 맞게 되었다.

어쨌든 그 간호사들은 나에게 저 여의사는 어떠냐, 저 간호사는 어떠냐면서 내가 좋아하는 금발의 백인 여자까지 따로 만나게 해주는 등 굉장히 적극적이었다. (아내는 나에게 어떤 배신감을 느끼겠지.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이런 것들은 가급적 공개하지 않으려 했으나, 내 자신을 솔직하게 벗기겠다는 각오가 나의 모든 것보다 우선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솔직하게 밝히고자 한다. 더구나 그 금발의 미인으로부터는 깨끗하게 딱지까지 맞았다.)

어째 됐건 나의 여자에 대한 모든 것은 얼마 후 아내의 가택수색(?)에 의해서 전모가 드러난다. 아내는 나도 잘 모르는 나에 대한 풍설을 듣고 나를 다그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는 물론 나도 억울한 점이 없지 않다.

일은 이렇게 된 것이다. 몇 개월 병원을 비울 일이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그 때 내 책상 속에서 세무 자료를 꺼낼 일이 생겼던 것이다. 나는 책상 서랍 속에 내가 좋아했던 여자들의 이름과 전화번호는 물론, 그 동안 여자들에게 받았던 편지와 사진 등을 모두 전리품인 양 보관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내의 뜻하지 않은 책상 수색으로 말미암아 모든 것이 다 드러나고 만 것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아내가 그 전화번호를 가지고 하나하나 탐문조사를 실시했다는 사실이었다. 이 일로 나는 결국 제수씨의 사주를 받은 아내에 의해 각서를 쓰게 되었다.

나는 솔직하게 시인할 것은 시인하고 부인할 것은 부인했다. 아니, 자기가 좋아서 만나자고 편지 보내는 사람을 나보고 어떻게 막으란 말이냐. 그리고 그 중엔 정말 내가 좋아했던 여자도 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지만, 그러나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정도는 아니다라고.

이제까지 간간이 나의 끼에 대해서 뭔가 제동을 걸고 항변을 하던 아내는 드디어 모든 증거를 찾아냄으로써 기세를 올렸지만, 아내의 주장은 진실과는 상당히 다른 점이 있어서 또 나름대로 변명을 하게 됐다.

각서 내용은, 우리가 만약 이혼하게 된다면 나는 내 전 재산을 아내에게 주고 그 후에도 매달 어느 정도의 생활비를 대주어야 된다는 내용인 것으로 기억한다. 따라서 장삿속으로만 계산한다면 그 돈을 다 주고도 살아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딱 한가지 있다. 그 돈을 다 주고, 그 돈을 가진 아내보다 더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빨리 바꾸어야지. 안 그런가? 1억 주고 2억을 벌 수 있다면 말이다.

아내가 나보고 그랬다. 이제 당신은 돈이 하나도 없으니 어떤 여자도 당신을 거들떠보지 않을 거라고. 그래서 내가 그랬다. 아니, 이제부터가 내 인생의 시작이라고. 1억 주고 2억 버는 장사라면 분명 남는 장사가 아니겠느냐고.

▲ 다음글 : 성적매력이 없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다.
▼ 이전글 : 성적매력이 없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다.